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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벗어난 오베론의 말에 아스나는 말문이 막혔다.

몇 번 숨을 몰아쉰 후에야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짜낼 수 있었다.

“……그런건, 용서받을수 없어……”

“누가 누굴 용서하는데? 이미 각국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하지만 말이야,이 연구엔 반드시 인간 실험체가 필요해.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로 설명해줘야만 하거든!”

힉,힉 하고 째지는 목소리로 웃음을 흘리더니, 테이블에서 벌떡 몸을 일으킨 오베론은 빠른 걸음으로 아스나의 주위를 걷기 시작했다.

“뇌의 고차원적인 기능에는 개체 차이도 크기 때문에 반드시 많은 실험체가 필요해. 하지만 뇌를 조작하는 만큼 함부로 인체실험을 할 수는 없지. 그래서 이 연구는 좀처럼 진전을 이루지 못했어. ㅡ하지만 말이야, 어느 날 뉴스를 봤더니,있더라고! 절호의 연구 소재가, 1만 명이나!”

다시 아스나의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오베론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겨우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ㅡ카야바 선배는 천재지만 바보 멍청이였어. 그만한 그릇을 준비해 놓고는 고작 게임 세계나 만들고 만족하다니. SAO 서버 자체에는 손을 댈 수 없었지만,거기서 플레이어 놈들이 해방된 순간 일부를 내 세계로 납치하도록 가공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

두 손으로 커다란 잔 모양을 만들어,요정왕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주(美漢)를 맛보듯 혀를 가져다 댔다.

“클리어될 때까지 정말 얼마나 애가 탔는지! 전부 납치할 수는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300명의 실험체를 손에 넣었어. 현실이라면 그 어떤 시설에도 수용할 수 없을 만한 숫자라고. 가상세계란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어!”

망념의 열기에 들뜬 것처럼 오베론은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아스나는 옛날부터 그의 이러한 점이 너무나도 싫었다.

“300명의 옛 SAO 플레이어 제군 덕에,겨우 두 달 동안 연구는 큰 진전을 거두었지! 인간의 기억에 새 오브잭트를 심어 그에 대한 감정을 유도하는 기술은 대체적으로 형태가 잡혔달까. 영혼의 조작一정말 멋지지 않냐고!!”

“그런 연구를…… 아버지가 용납할 리가 없어.”

“물론 그 아저씨야 아무것도 모르지. 연구는 나를 포함한 극소수의 팀으로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으니까. 안 그러면 상품화할 수가 없는걸.”

“상품……?!”

“미국의 모 기업이 침을 질질 흘리며 연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비싼 값으로 팔아치울 거야. 一언젠가는 렉토 까지 통째로.”

“………!”

“나는 이제 곧 유우키 가의 사람이 되지. 일단은 양자지만, 나중에는 명실공히 렉토의 후계자가 될 거야. 네 배우자로서 말이야. 그날을 위해서라도 이 세계에서 예행연습을 해두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등줄기를 내달리는 싸늘한 전율을 참으면서 아스나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일은…… 절대 그냥 두지 않을 거야. 언젠가 현실세계에 돌아가면 제일 먼저 당신의 악행을 고발하고 말겠어.”

“이거야 원,아직도 못 알아들었어? 실험에 대해 이렇게 나불나불 떠들어댄 건 말이지, 네가 곧 모든 것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란 걸! 이제 남은 건 나에 대한……”

갑자기 오베론은 말을 끊더니 살짝 고개를 기울이고 침묵에 잠겼다.

그러나 곧 왼손을 휘둘러 윈도우를 불러내더니 거기에 대고 무언가를 말했다.

“지금 가마. 지시를 기다리도록.”

윈도우를 닫고, 다시 싱글싱글 웃음을 짓는다.

“一그런고로,네가 날 맹목적으로 사랑하고 복종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사실을 이해했으려나? 하지만 물론 나도 네 뇌를 초기실험에 제공하기를 바라진 않아. 다음에 만날 때는 조금만 더 순종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군, 티타니아”

간드러진 목소리로 속삭이더니 아스나의 머리카락을 한 차례 쓰다듬고는 몸을 돌렸다.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는 사내의 모습을 아스나는 쳐다 보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오베론의 마지막 말이 마음 속에 드리운 공포에 견딜 뿐이었다.

마침내 철컹,하는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이어서 정적이 찾아왔다.

***

교복으로 갈아입고 죽도집을 든 채 검도부 서클룸을 나오니, 교사의 틈을 비집고 나온 미풍이 스구하의 뺨을 기분 좋게 쓰다듬고 지나갔다.

오후 1시 반. 

이미 5교시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학교는 조용했다.

1, 2학년은 물론 수업을 받고 있을 것이며, 자유등교가 허락된 3학년도 학교에 온 사람들은 고등학교 입시 직전의 집중 보충수업을 수강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교내를 느긋하게 걷고 있는 것은 스구하 같은 추천 진학생들뿐이었다.

편안한 기분이긴 했지만,동급생들과 마주치면 야유 섞인 한 마디를 들을 것이 분명하므로 스구하는 괜히 학교에 오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검도부 고문이 정말로 열성적인 사람이라 강호 학교에 보내는 애제자가 걱정이 되어 참을 수가 없는 지, 하루걸러 학교 도장에 얼굴을 내밀고 수련을 하도록 엄명을 받았다.

고문의 말에 따르면 최근 스구하의 검에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스구하는 내심 고개를 움츠리면서 그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단시간이라고는 하지만 매일같이 알브헤임에서 형(型)도 뭣도 없는 공중 활극을 벌이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스구하의 검도 실력이 떨어졌는가 하면,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오늘만 해도 과거 전국대회에서 상위권에 들었다는 30대의 남자 고문 선생에게 잇달아 두 판을 따내 속으로 쾌재를 불렀던 것이다.

어찐지 요즘은 상대의 격자가 잘 보였다.

강적들과 싸우면서 신경을 팽팽하게 가다듬으면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는 듯한 감각마저 느껴졌다.

며칠 전 카즈토와 시합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스구하가 온 힘을 다해 날린 격자를 카즈토는 모조리 피했다.

마치 혼자서만 다른 시간의 흐름 속에 있는 것 같은 엄청난 반응속도였다.

혹시一스구하는 생각해보았다.

풀 다이브 환경의 체험이 현실의 육체에도 모종의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에 잠겨 자전거 주차장을 향해 걸어가던 스구하에게, 교사 뒤에서 느닷없이 말을 거는 누군가가 있었다.

“……리파.”

“으악!”

깜짝 놀라 한 걸음 펄쩍 물러났다.

빼빼 마르고 안경을 낀 남학생 하나가 나타났다.

레콘과 공통된 특징인,항상 처량하게 축 늘어뜨린 가느다란 속눈썹이 오늘은 한층 큰 각도를 그리고 있었다.

스구하는 오른손을 허리에 대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학교에서는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지!”

“미, 미안……,스구하”

“이게……”

죽도집을 열려는 시능을 하며 한 걸음 다가서자,남학생은 긴장된 웃음을 지으며 붕붕 고개를 저었다.

“미미미미안, 키리가야.”

“……무슨 일인데,나가타.”

“자,잠깐 할 말이 있어서……. 어디 천천히 이야기할 수 있는 데, 가지 않을래?”

“여기서 하면 되겠네”

나가타 신이치는 풀 죽은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늘어뜨렸다.

“……근데,추천 입학까지 결정된 나가타가 학교엔 왜 온거야?” 

“아, 스구……,키리가야에게 할말이 있어서,아침부터 기다렸어”

“으엑! 할 일도 없다……”

스구하는 다시 몇 걸음 물러나선 높은 화단 가장